역사와 문화의 보고
부다페스트(Budapest)의 중심부에 위치한 헝가리 국립 박물관(헝가리어 발음: 마자르 넴제티 뮤제움)은 헝가리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1802년에 설립된 이 박물관은 헝가리의 격동적인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예술품과 유물의 보고입니다.
박물관의 탄생: 애국심의 결정체
이 박물관의 탄생 배경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페렌츠 세체니(Ferenc Széchényi) 백작이 자신의 소장품인 동전, 책, 문서들을 국가에 기증하면서 시작되었죠. 당시 헝가리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배 아래 있었는데, 세체니 백작의 행동은 헝가리 민족 정신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헝가리 사람들은 이를 "마자르 셰그"(magyarság, 헝가리다움)의 표현이라고 여겼답니다.
건물 자체가 예술: 네오클래식의 정수
미하이 폴락(Mihály Pollack)이 설계한 박물관 건물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입니다. 네오클래식 양식의 이 건물은 마치 고대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데, 이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스타일이었죠. 재미있는 점은, 이 건물이 완성되었을 때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우리도 이제 빈(Wien)이나 파리(Paris) 못지않은 도시가 되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는 겁니다.
박물관의 보물들: 역사의 증인들
1. 체인 브리지 초석 놓기 (1864)
미클로시 바라바시(Miklós Barabás)의 그림은 1842년 체인 브리지 공사 시작을 기념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이 다뉴브강의 첫 영구 교량은 헝가리의 근대화를 상징합니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슈트반 세체니(István Széchenyi) 백작은 "부다와 페스트를 잇는 것은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 헝가리의 미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2. 엘리자베트 왕비의 실크 코르셋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엘리자베트 왕비(일명 시시)가 착용했던 검은 실크 코르셋입니다. 1898년 9월 10일 제네바에서 그녀가 암살될 때 입고 있던 바로 그 옷이죠. 흥미로운 점은, 시시 왕비가 헝가리 사람들에게 특별히 사랑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헝가리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고, 헝가리의 독립을 지지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헝가리 사람들은 그녀를 "마자록 키랄리네"(Magyarok Királynéja, 헝가리인의 여왕)이라고 불렀답니다.
3. 13세기 장례식 왕관
다뉴브강의 마르기트 섬(Margaret Island)에 있던 도미니크 수도원 유적에서 발견된 13세기의 황금 왕관입니다. 이 왕관의 발견은 헝가리 고고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죠. 헝가리 사람들은 이를 "아르파드 하즈"(Árpád-ház, 아르파드 왕조)의 영광스러운 시대를 상기시키는 유물로 여깁니다.
4. 대관식 망토
비잔틴 실크로 만든 이 직물 걸작은 성 이슈트반(St. István)이 1031년 세케시페헤르바르(Székesfehérvár)의 교회에 기증한 것입니다. 12세기부터 대관식 망토로 사용되었죠. 이 망토에는 헝가리의 첫 국왕인 이슈트반의 초상화가 수놓아져 있는데, 흥미롭게도 그의 오른손이 유난히 크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는 그의 "오른손이 썩지 않았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5. 스탈린의 오른손
부다페스트의 바로시리게트(Városliget) 공원에 있던 8미터 높이의 스탈린 동상에서 남은 유일한 부분입니다. 1956년 헝가리 혁명 당시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파괴되었죠. 재미있는 사실은, 헝가리 사람들이 이 동상을 "굴야시 차르다시"(gulyás csárdás, 굴라시 춤꾼)라고 불렀다는 겁니다. 스탈린의 포즈가 마치 헝가리 전통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6. 17세기 펠리스
1620년경의 이 짧은 재킷은 헝가리 전통 의상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트란실바니아의 왕자였던 가보르 베틀렌(Gábor Bethlen)의 것이었죠. 베틀렌은 헝가리 독립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그의 의복은 당시 헝가리 귀족들의 "마자로시"(magyaros, 헝가리식) 패션을 보여줍니다.
7. 고딕 양식의 우물
비셰그라드(Visegrád)에 있는 왕궁의 14세기 우물 잔해를 복원한 것입니다. 안주 왕조 시대의 유물이죠. 이 우물은 "비셰그라디 팔로타 자테콕"(Visegrádi Palotajátékok, 비셰그라드 궁전 게임)이라는 중세 축제의 중심 무대가 되곤 합니다.
8. 황금 사슴
기원전 6세기의 이 수제 철기 시대 조각상은 원래 스키타이 왕자의 방패 일부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헝가리 사람들이 자신들을 스키타이인의 후손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를 "훈-마자르 로콘샤그"(hun-magyar rokonság, 훈족-마자르족 친족관계)라고 부르죠.
헝가리 국립 박물관은 단순한 유물 전시관이 아닙니다. 이곳은 헝가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국민 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책입니다. 1층에서는 대관식 망토와 고고학 전시를, 2층에서는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헝가리 유물을, 그리고 지하와 1층에서는 석조 유물을 볼 수 있습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헝가리 여행 추천, 마르지트 섬(Margaret Island) (3) | 2024.07.14 |
---|---|
헝가리 여행 추천, 페슈트(PEST) (1) | 2024.07.14 |
세체시온 건축 (0) | 2024.07.13 |
헝가리 여행 추천, 의사당 주변 (0) | 2024.07.13 |
헝가리 여행 추천, 국립 오페라 하우스 (1) | 2024.07.08 |